1. 영화 정보
- 제목: 아이 캔 스피크
- 감독: 김현석
- 각본: 유승환, 김현석
- 개봉일: 2017년 9월 21일
- 장르: 드라마, 휴먼, 사회적 메시지, 코미디
- 상영 시간: 119분
-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제작사: 영화사 집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주요 출연진:
- 나문희 (나옥분 역)
- 이제훈 (박민재 역)
- 박철민, 염혜란, 성지루 등 조연진도 호평
「아이 캔 스피크」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영화입니다. 나문희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다시금 연기력을 인정받았습니다.
2. 줄거리
1. 민원 할머니 ‘옥분’의 등장
서울 구청 민원실에는 날마다 민원을 제기하는 고집 센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나옥분(나문희 분). 전봇대 위치가 틀렸다고 항의하고, 도로 표지판이 불친절하다고 지적하며, 구청 직원들을 진땀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동네에서는 ‘민원 할머니’로 통하지만, 그녀는 불합리한 것을 고치고 싶은 정의감에 기반한 민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옥분은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의 불편한 점을 메모하고 사진을 찍으며 꼼꼼하게 민원서를 제출하는 열정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그녀를 ‘피곤한 사람’ 정도로만 여기고 있습니다.
2. 젊은 공무원 ‘민재’와의 첫 만남
구청에 신입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 분)가 발령받아 오게 됩니다. 그는 깔끔한 외모에 업무 능력도 뛰어나지만, 매우 원칙적이고 감정 표현에 서툰 성격입니다. 민재는 규정에 어긋나는 것엔 단호하게 거절하며,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합니다.
옥분과 민재는 곧바로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옥분은 민원에 성의 없이 대하는 듯한 민재에게 불만을 품고, 민재는 반복되는 민원에 짜증을 느낍니다. 그러나 민재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민원을 형식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법과 절차대로 꼼꼼히 검토하며 업무를 진행합니다.
3. 영어 수업의 시작 – 의외의 제안
어느 날,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 좀 가르쳐줘요”라고 갑작스럽게 부탁합니다. 민재는 당황하며 거절하지만, 옥분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설득합니다. 그가 유학파이며 영어에 능통하다는 소문을 들은 뒤로 눈여겨봤던 것이죠.
결국 민재는 마지못해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야근 후 구청에서 영어 수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옥분은 필기도구 하나에 의지한 채, 노트에 영어 단어를 빼곡히 적고 발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처음엔 불편했던 민재도 그녀의 진지한 태도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4. 두 사람의 거리 좁히기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민재는 옥분의 노력을 진심으로 존중하게 되고, 옥분은 민재에게 음식도 챙겨주며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민재는 옥분이 영어 수업을 받으면서도 어디론가 자주 외출하고, 무엇인가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그는 옥분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와 연락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5. 옥분의 과거가 밝혀지다
민재는 옥분의 진짜 사연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수십 년 동안 그 사실을 감추고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침묵이 아닌 증언을 선택하고,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직접 영어로 피해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통역사를 통해서도 증언은 가능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진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영어 수업은 단순한 자기계발이 아닌, 역사적 정의를 위한 준비였던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민재는 옥분의 민원 활동이 단순한 불만 제기가 아니라,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는 철학과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6. 위안부 피해자라는 고백
영화의 중심이 되는 감정 전환점은 옥분이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직접 민재에게 고백하는 장면입니다. 옥분은 일본 군인에게 끌려갔던 날, 돌아올 수 없었던 젊은 시절, 그리고 침묵했던 지난 60년을 이야기합니다.
이 장면은 담담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며, 나문희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듭니다.
7. 미국 의회 청문회 – 영어로 전하는 증언
드디어 옥분은 미국 워싱턴의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정장 차림의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증언대에 서고, 많은 이들의 시선 속에서 영어로 직접 증언을 시작합니다.
자신이 일본군에게 끌려간 일,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일,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간절한 호소를 또박또박한 영어로 전합니다. 그녀의 영어 발음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 어떤 통역보다 진심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청문회장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고, 증언을 마친 후 많은 이들이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민재 역시 TV를 통해 그 장면을 보며 깊은 감정을 느낍니다.
8. 영화의 마지막 – 진정한 연대
귀국한 옥분은 예전처럼 구청을 방문하지만, 이제 직원들은 그녀를 존중의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민재는 그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두 사람은 짧은 인사를 나누고 웃습니다. 영화는 세대를 넘어선 이해와 역사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마무리됩니다.
3. 영화의 의미와 해석
1. I Can Speak는 단순한 영어 말하기가 아니다
영화 제목인 I Can Speak는 단순한 언어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표현은 역사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했던 피해자가 자신의 고통과 진실을 세상에 직접 말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로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영화 속 나옥분은 영어를 못해도 통역사를 통해 증언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로 세계를 향해 말하길 원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 역사를 기록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시민으로서의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2. 세대 간 갈등에서 세대 간 연대로
초반부에는 옥분과 민재의 갈등이 두드러집니다. 나이 차이, 가치관 차이, 공무원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 등 다양한 이유로 둘은 자주 부딪힙니다. 하지만 영어 수업을 통해 두 사람은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세대 간 단절이 대화와 공감을 통해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젊은 세대는 과거의 고통을 ‘역사’로만 인식하지 않고, 눈앞에 있는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며, 이는 세대 간 연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3. 코미디로 시작해 진지함으로 깊어지는 서사 구조
이 영화는 처음엔 유쾌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관객의 마음을 연 뒤, 후반부로 갈수록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코미디적 요소를 잘 활용해 ‘위안부’라는 무거운 주제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게 한 점이 이 영화의 큰 장점입니다.
특히 웃음 뒤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날 때 관객의 감정이 더 크게 요동치며, 이는 단순한 눈물이 아닌 사회적 성찰을 동반한 감정의 동요를 만들어냅니다.
4.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의 힘
이 영화는 실제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해외 청문회에서 영어로 증언한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만큼 영화 속 장면들은 과장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사실성을 지닙니다.
특히 마지막 영어 증언 장면은 영화가 아니라 실제 인터뷰처럼 보일 정도로 현실감을 줍니다. 관객들은 그 장면에서 단순한 극적 감동을 넘어서 우리 역사 속 실존했던 사람들의 용기와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4. 결론
아이 캔 스피크는 단순한 영화 그 이상입니다. 이 작품은 ‘말한다’는 것이 단순히 소통의 수단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강력한 행위임을 보여줍니다.
나문희 배우는 그 중심에서 한 인간이 겪은 고통과 그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강렬하게 표현했고, 이제훈은 그 여정을 함께하는 현대 청년으로서 관객의 대변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과거 아픔을 잊지 않고, 오히려 미래 세대와 함께 그것을 공유하며 기억하고 말하는 용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웁니다. 웃음과 눈물, 가벼움과 진지함을 완벽하게 조율한 이 작품은 감정적 감동과 역사적 책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보기 드문 명작입니다.
나는 이제 말할 수 있습니다(I can speak).
이 한마디는 영화의 모든 메시지를 담은 가장 강력한 선언입니다.